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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뉴스] 발도로프 교육 전문가 "아이 잘 돌보려면, 아이 관찰하는 법부터 배워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08-02 14:46:32
조회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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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ibabynews.com/News/NewsView.aspx?CategoryCode=0005&NewsCode=201707312051082390007062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사단법인 한국슈타이너인지학센터 발도르프 영유아 전문가과정 크로머(B. Krohmer) 교수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아트홀에서 열린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 2017 영아보육 국제워크숍에 참석해 '영아전문보육을 위한 교사의 준비'란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우리는 언어를 배웠죠. 우리는 우리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을 배웠습니다. 이 모든 것은 사실 책 없이 저절로 배운 것입니다. 컴퓨터 없이도 잘 배웠습니다. 그리고 교수방법론을 연구한 교사 없이도 잘 배웠습니다. 누구한테 배웠을까요. 우리 주변에 있는 어른들을 통해 배웠습니다. 우리가 잘못 배웠나요?”

 

발도르프 영유아교육예술 전문가인 사단법인 한국슈타이너인지학센터 발도르프 영유아 전문가과정 비르기트 크로머 교수(B. Krohmer)는 지난달 31일 서울시 동작구 서울시여성플라자 아트홀 봄에서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회장 김옥심)이 주최한 ‘2017 영아보육 국제워크숍’에 ‘영아전문보육을 위한 교사의 준비–존중과 협력의 돌봄Ⅱ: 영아기의 인권 바라보기’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무더위와 폭우가 계속되고 있는 휴가철임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올라온 어린이집 원장들과 교사들이 300석 되는 강연장을 꽉 채우고 크로머 교수의 강연에 귀를 쫑긋 세웠다. 크로머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사회 변화와 함께 영아기(0~2세)로 관심이 이동한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모방으로 모국어를 학습하는 과정을 예로 들었다.

 

크로머 교수는 “영아기에 대해 많은 연구자들이 연구를 하고 있지만 한결같이 현재를 ‘영아기가 상실된 시기에 놓여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여기서 영아기란 무엇을 의미할까? 아이들의 주요 과제는 무엇일까? 아이들에게 배운다는 것은 어떤 형태를 지니고 있을까? 이날 강연은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자리가 됐다.

 

◇ 아이에게 놀이는 작업…어른은 관찰과 환경 제공해야

 

어린 아이들은 목표 없이 순수하게 행동한다. 그리고 행동을 반복한다. 영아를 관찰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끊임없이 서기 위해 반복시도를 한다는 것을 발견한다. 아이 입장에서 두발로 서기까지 겪는 성공과 실패, 두 가지 모두 소중한 경험이다. 무엇인가 행위를 했을 때 아이들은 실패했다면 그 이유를 스스로 알고 다음번엔 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른들은 아이가 다르게 시도를 할 기회를 줘야 한다. 크로머 교수는 이런 아이의 행동을 “작업한다”고 표현하며, “놀이한다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린 아이의 작업 그 자체가 바로 놀이”라고 덧붙였다.

 

아이가 모국어를 배우는 과정을 분석해보면 어떤 책이나 방법론을 갖고 습득한 것이 아니다. 크로머 교수는 “기적에 가까운 일이 일어났다”고 표현했다. 그에 비해 외국인이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굉장히 복잡한 일이 된다. 의식을 담고 문법 같은 규칙을 섭렵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유아, 특히 영아는 지각(知覺)하는 그 자체가 규칙이다. 느끼는 그대로를 모방하는 것이 영아가 학습하는 방법이다.

 

크로머 교수는 에미 피클러(Emmi Pikler) 박사를 소개하면서, “영아가 무엇인가를 배운다는 것에 처음 눈을 떴고, 영아기 교육학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피클러 박사에 의하면 영아가 학습하는 동안 어른들은 두 가지를 제공하면 된다. 사랑이 가득한 관심으로 돌보기, 그리고 아이가 실험과 관찰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준비된 환경이 그것이다. 두 가지는 '어른과 함께하기'와 '조용히 스스로 몰두하기'로 달리 말할 수 있는데, 이 두 가지 요소가 조화를 잘 이뤄야 한다.

 

“어른들의 과제는 무엇일까요? 여기 계신 여러분들은 실업자가 될까요?”

 

크로머 교수는 “아이들을 교육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고, 아이들은 모든 것을 따라할 뿐”이라는 장 폴(Jean Paul)의 말을 인용하며 영아에게 좋은 학습 환경을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청중에게 질문을 던졌다.

 

“우리는 우리가 모방의 대상으로 본보기가 되기 위한 자기 연마를 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성인의 거울이에요. 아이들은 우리의 잘못을 그대로 되붙이고 있습니다.”

 

크로머 교수는 출산 이후 첫 외출을 예로 들었다. 신생아 시절 아이는 엄마와 항상 함께 있다. 그러다 엄마는 자아를 찾아 아이를 떼놓고 싶어지는 시기가 온다. 시간이 지나 아이는 늘 같은 시간에 잠이 들게 됐고 엄마는 첫 외출을 결심한다. ‘오늘 밤에는 아이없이 외출을 좀 해야지.’ 그런데 아이는 도통 잠에 들지 않는다. 청중들은 동일한 경험을 떠올리며 크로머 교수가 제시한 상황에 큰 웃음을 터뜨렸다.

 

지난달 31일 서울시 동작구 서울시여성플라자 아트홀 봄에서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회장 김옥심)가 주최한 ‘2017 영아보육 국제워크숍’이 열렸다. 전국에서 올라온 보육교직원들이 강연장을 꽉 메웠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이것을 크로머 교수는 ‘본보기 모방’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는 엄마가 무엇을 하려는지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엄마 입장에선 짜증날 일이지만, 크로머 교수는 “아이가 건강하다는 증거로, 축하받을 일”이라고 설명했다. 외출할 때 입을 옷도 골라놓고, 잠들면 나갈 준비를 하는 엄마의 마음이 아이에게 그대로 전해지는 것이다. 평소보다 외출할 생각에 목소리도 발걸음도 가벼워진 엄마와 엄마가 가진 기대감를 아이가 깊이 읽어낸 것이다.

 

어른은 아이를 대할 때 진정성을 담아야 한다. 영아들 앞에서는 의도를 덮을 수 없고, 부모와 아이 사이에는 내면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길러본 누구나 경험한 이 난감한 첫 외출을 위해 크로머 교수는 “정직한 그 상태로 제시하라”는 해법을 제시했다. “아가야, 오늘은 자줘. 그래야 내가 마음 놓고 나가잖아”가 아니라, “기뻐해줘. 오늘은 엄마가 외출할거야”라는 메시지를 말한다. 단, 영아는 엄마를 행위로 아는 게 아니라 느끼기 때문에 느낌으로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 크로머 교수가 제안한 해법의 핵심이다.

 

◇ 손 끝으로 세상을 만나는 아이, 단순한 놀잇감이 필요하다

 

크로머 교수는 이 시기 아이들을 관찰한 결과를 제시했다. 이 시기 영아는 본인 손으로 본인을 만진다. 손을 벌렸다 오므리는 동작을 반복하며 손놀이를 한다. “손놀이를 관찰해보면 아이마다 움직임 자체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아이들이 손을 움직이는 것에 상당히 집중하고 있다”고 크로머 교수는 설명했다.

 

“아이 눈 앞에 돌아가는 장난감을 놔요. 아이는 어떨까요. 상상을 해보세요. 내 눈앞에 움직이고 돌아가는데, 내가 잡을 수도 없고, 빨 수도 없고, 잡히지도 않아요. 정직하게 말하자면 사실은 놀잇감 자체가 아이들을 괴롭히는 거예요.”

 

아이 앞에 공을 놨을 때, 아이는 잡았다 놓쳤다 하는 행동을 반복한다. 공을 떨어뜨리기도 하는데, 크로머 교수는 “엄마 아빠를 짜증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호기심을 갖고 자신만의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굴려보고, 떨어뜨려보고, 다른 손으로 반복해보며 내 눈 앞에 있는 낯선 물체가 ‘동그랗다’는 개념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로머 교수는 보자기를 처음 만난 아이로 화제를 돌렸다. 영아 시기에 천이 있으면 눈에다 대보고 다시 치우는 일을 스스로 한다. 이게 아이의 첫 번째 놀이다. 어른이 까꿍놀이를 하듯, 천을 덮었다 빼면 눈앞이 다시 보인다. 아이는 ‘해냈다’는 성공과 기쁨을 함께 느끼고 웃음을 짓는다.

 

아이가 스스로 만든 성공 경험은 움직임의 발달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아이 눈 앞에 물체가 있지만 닿지는 않을 때, 아이는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을까. 여러 동작을 시도해보다 양 손을 움직이며 발을 동시에 반대방향으로 뻗으면 몸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더 움직여서 붙잡을 수 있게 된다. 크로머 교수는 "이런 시도들을 통해서 아이의 뒤집기가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손가락 끝의 예민함은 아이를 깨운다. 붙잡고 만지는 행위를 통해서 아이들은 세상을 파악해 나간다. 무게와 촉감으로 사물을 인지하고, 이걸로도 모자랄 경우 손으로 쥐고 사물을 코에 가져가 냄새도 맡아 정보를 충분히 수집한다. 크로머 교수는 버튼을 누르면 동물 소리가 나는 등의 인위적인 장난감보다, 냄비뚜껑, 수저, 컵 등 다양한 소재로 만들어진 물건을 감각을 깨우기에 좋은 놀잇감으로 추천했다. “놀잇감은 단순할수록 좋다. 아이는 세상을 놀잇감을 통해 이해한다.”

 

2017 영아보육 국제워크숍 강연장 외부에는 발도르프 교육법을 소개한 서적과 피클러/발도르프 영아 놀이감이 전시됐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돌봄은 아이와의 공동 작업으로 이뤄진다

 

“어린 아이들은 어른의 얼굴을 읽어냅니다. 손동작과 몸짓을 읽어요. 얼굴 표정과 손짓은 만국공통이에요. 말이 필요없죠. 그리고 함께 들어야 아이들은 말을 배우게 됩니다.”

 

크로머 교수는 에미 피클러 박사가 보육교사를 훈련한 방법을 제시하며 ‘소통이 담긴 제스쳐’로 아이들을 돌봐줄 것을 청중들에게 당부했다. 손은 팔의 연장이기 때문에 옷을 갈아입히는 일에는 아이의 협조가 필요하다. 그래서 누워있는 아이에게 옷을 갈아입힐 때, 양 손에 껴넣은 옷을 보여주며 눈을 맞추며 협조를 구한다. 공동의 작업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 돌봄의 포인트다. 바쁘다고 아이의 옷을 갈아입히기 위해 완력을 쓰는 경우, 아이가 협조하지 않고 버티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크로머 교수는 “상호작용을 통해 (아이들은) 함께할지, 반대로 할지는 영아기에 일찍 결정한다”는 피클러 박사의 말을 인용하며, 소통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대중탕은 엄마와 아이의 접촉이 일어나기 때문에 교육적으로 좋다고 설명했다.

 

“아이는 이마, 볼, 팔, 배… 만져져야 알게 돼요. 그림책에 삼각형을 그려놓고 ‘코’라고 글씨까지 쓰여 있잖아요. 그건 추상적인 그림이에요. 만져야 코죠. 코는 삼각형이 아니에요. 코를 많은 일을 하죠. 냄새를 맡고, 습기도 느끼고… 많은 일을 해요. 삼각형을 보고 코라고 하는 것은 아이 입장에서 말이 안 되는 거예요.”

 

태어난 이후, 아이는 영아기부터 많은 것을 배운다. 이 때도 선생님 또는 부모와 아이 사이에 공동의 작업이 가능하다. 크로머 교수는 아이에게 ‘양말을 벗으라’고 말하고 기다리는 교사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선생님은 아이에게 ‘양말을 벗으라’고 말하고 나면, 발을 떨면서 초조해하며 기다리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아이는 선생님이 왜 초조해하는지 모른다. 상호작용이 없기 때문이다. 아이가 양말을 벗게 만드는 것 자체가 “교육예술”이라고 크로머 교수는 표현했다. 아이에게 작업이 있는지를 지켜보고, ‘약간 벗겨주는’ 정도의 적당한 행동을 취하는 것이 교육예술이다. 피드백도 중요하다. 크로머 교수는 "잘했다는 칭찬보다 아이의 성취만 함께 기뻐해주는 정도로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크로머 교수는 성인은 ‘아이들의 본보기’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이에게 선생님이 무엇을 할 때 말을 하면 완벽한 문장으로 아이에게 와닿는다. 프로그램으로 보여주는 ‘양말벗기’는 아이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부모를 위한 코스가 필요하다.” 그러면서, 크로머 교수는 아이들 엄마에게 하루 일과를 의미있게 채워 줄 것을 주문했다.

 

아이는 어마어마한 발달 욕구를 가진다. 어른이 아이를 관찰하는 방법을 배우면 저절로 아이에게 필요한 환경을 알아내고 준비해줄 수 있게 된다. 즉, 아이의 영아기를 보장하는 것은 ‘관찰하는 법을 잘 배운 어른들’인 셈이다. 크로머 교수는 “현대는 미디어가 우리와 너무 가까이 있다”며 “아이가 몸을 느끼고 가장 자연스럽게 성장하도록 어른이 지켜야 한다”고 당부하며 강연을 마무리 했다.

【Copyrights ⓒ 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김재희 기자(zh.kim@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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